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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국토대장정 소감문(8)] 사회인으로서 가야할 방향을 잡아준 국토대장정

Written by. 박혜인   입력 : 2023-08-24 오전 8: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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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제13기 향군 대학생 국토대장정’ 참가 소감문입니다.)

 지난 12기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후, 상금에 대한 욕심으로 정성스럽게 소감문을 작성했었다. 아쉽게도 우수 소감문으로 선정이 되진 못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때의 생생한 기억과 감정을 남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너무나 소중한 기록이 되었다. 이번 기록도 두고두고 읽으면 좋을 거 같아 이번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깨달은 것들을 메모장에 기록해놨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그다지 거창한 깨달음도 아니지만 다시 소감문 책자를 펼쳐볼 미래의 나를 위해 하나씩 풀어보고자 한다.

#다시 참가한 이유
 나는 12기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적이 있고 이번이 두 번째 참가였다. 대원들로부터 왜 다시 참가하게 되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거기에는 3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12기 참여 경험이 내 대학 생활의 갈피를 잡아줬을 만큼 의미있고 즐거웠던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20살이었는데 인간관계와 진로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했었다. 한 번도 대외활동을 해보지 않았던 나였는데, 그때는 무슨 용기로 혼자 국토대장정이라는 걸 지원했는지 지금 다시 생각해도 대단할 따름이다. 7일 동안 열심히 걷고 즐겁게 놀기만 했을 뿐인데, 끝나고 보니 내 고민들은 이미 다 해결이 되어 있었다. 인간관계를 고민할 만큼 내 사회성과 사교성에는 문제가 있지 않았고, 내가 역동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경험 덕분에 그 이후에 좋아하는 것을 찾아하는 용기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 뜻깊었던 국토대장정을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내기에는 아쉬움이 남아 재지원을 했다.
 
 두 번째로는 좀 웃기긴 하지만 솔직히 스펙을 위해서였다. 앞서 말했듯 내 취향을 알고나서부터 나는 진로를 “소방관”으로 정했다. 꾸준히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왔지만 실전 관련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스태프로 지원하여 면접에서 답변할 거리를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세 번째로는 기분 전환을 위해서였다. 작년 연말부터 힘든 일이 계속해서 겹쳤고 아직까지도 힘든 감정이 들 때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해야지만 다시 정신차리고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나는 모든 일정을 뒤로 제쳐두고 국토대장정에 다시 참가하게 되었다.

#군인에 대한 인식 변화
 우리나라는 모든 남성이 군복무를 해야 하는 징병제 국가이다 보니 군인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군복무를 20대 초반에 1년 6개월을 낭비하고 불편한 단체생활을 해야 하는 안쓰러운 존재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생활관에서 생활도 해보고 훈련받는 군인들을 직접 눈으로 보니 인식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그들은 정말 묵묵하게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국가안보에 이바지하는 군인이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그들을 안쓰러운 존재로 생각하는 아닌, 존경하고 우대받아 마땅한 영웅으로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야 군인의 월급 등 환경 처우가 개선되는 뉴스를 접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도 일부 논란이 있는 식단 문제, 내부 부조리 문제 등이 하루빨리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군에 대한 관심 증가 및 배운점
 여러 곳을 견학을 하면서 제일 크게 배운 점은 6.25 참전국가이다. 고성에서 점심 식사 후 비를 피할 겸 잠시 구경한 6.25전쟁기념관에서 알게 된 내용인데, 나는 6.25전쟁에 참가한 나라가 미국, 필리핀 밖에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외에도 에티오피아, 영국, 네덜란드 등 총 16개국이 참전하였다고 한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첫 날 6.25정부행사 때 참전국 국기를 들고 행진했던 것이 생각이 났다. 지금까지 무지했던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고 지금이라도 배우게 돼서 그나마 다행인 마음이다.
 
 6일 동안 전적지를 견학하고 설명을 들으니 굳게 맞서 싸워 나라를 지켜주신 참전용사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었다. 그러나 70년 정도 이전의 역사이기 때문에 실감이 나지 않고 와닿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마지막 날 연평해전과 천안함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는 달랐다. 최근의 사건이고 그때 사용한 총탄, 방탄조끼 등을 직접 보면서 설명을 들으니 이제야 우리나라가 전쟁을 했었다는 실감이 났다. 특히 제2연평해전 때 조천형 상사께서 순국을 하셨는데 그 당시 갓난아기였던 딸이 현재 학군단에 들어가 소위 임관을 앞두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는 왜인지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조천형 상사분의 아내가 쓴 편지도 있었는데 원망과 담담함이 섞여있어 읽다가 눈물이 났다. 천안함 피격 사건의 희생자 중에는 병사도 있었는데 나와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이 병역의 의무를 다하다 순직한거라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이번 기회가 아니었더라면 역사를 배우고 용사들을 추모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기회가 없었을텐데 이런 기회를 마련해준 재향군인회에 감사하다. 평소에는 바쁜 현실로 역사를 잊고 살아가겠지만 모두가 현충일만이라도 진심으로 추모했으면 좋겠다.

 군 관련 뉴스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던 나였는데 이제는 뉴스를 관심있게 시청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오토바이를 타고 강원도 최전방 초소인 제진검문소를 무단 침입하려 한 사건들을 관심있게 시청하면서 국가안보를 생각하는 마음이 과거와는 달리 한 발짝 가까워질 수 있었다. 또한 지난 6월 23일 뉴스에서 6.25 참전용사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소액 물품을 절도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목숨 바쳐 나라를 위해 싸워주신 분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일은 말도 안되는 노릇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더 늦지 않게 실질적인 제도와 정책이 마련되어 국가유공자분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고 예우받는 현실이 왔으면 좋겠다.

 

 ▲ 2023 '제13기 향군 대학생 국토대장정'ⓒkonas.net

 

#자기 발전
 나는 리더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리더보다는 팔로워의 성향이 더 강한 편이다. 그런 내가 이번 국토대장정에 스태프로 지원한 것은 큰 도전이었다. 앞에 서서 대원들의 줄을 세우기도 하고, 생활관을 돌아다니면서 큰 소리로 정보를 전달하기도 했으며, 불침번 순서를 정해주기도 했다. 스태프로 지원한 것이 부담돼 행사 전날부터 잠을 뒤척이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스태프로 활동하는 동안 최대한 씩씩하게 행동하려고 했는데 그 습관이 국토대장정이 끝난 이후에도 남아 사람을 대할 때 이전의 나보다 훨씬 더 씩씩하게 행동하고 있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은 입체적이다”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나의 입체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군인과 소방관 사이 그리고 조용한 응원
 군인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직업이지만 그다지 고연봉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인의 길을 선택한 것은 그들이 얼마나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7사단에서 현역분들과 Q&A 시간을 가지면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마음가짐은 현역뿐만이 아니라 군사학과 친구들도 똑같았다. 평소에 주위 친구들로부터 내 진로에 대한 무한 응원을 받는데, 비슷한 성향의 직업을 희망하는 친구들 사이에 있으니 그들이 내 꿈에 대한 직접적인 응원은 해주지 않아도 오히려 더 지지받고 응원받는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내 선택에 확신이 생기고 소방관에 대한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이제 막 졸업해서 소방관 시험 준비를 하기 직전인데 자신감이 충전할 수 있게 해준 대원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말 한마디의 힘
 말고개를 넘어가고 있을 때였다. 덥고 오르막길이다보니 지치는 순간이었는데, 그때 마침 차를 타고 지나가던 군인께서 화이팅~!이라는 응원의 말을 남기고 사라지셨다. 짧은 그 한 마디 덕분에 나는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너무 순식간에 지나간 일이라 나는 네!라고 답해버렸지만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보답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스태프는 조가 없는 탓에 나는 자주 8조에 껴서 지냈다. 레크레이션 때, 8조 친구들이 무대에 나간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어했다. 장기자랑에 나가지 않는 내가 영상을 찍어주겠다고 했더니, 재영이가 “언니 고마워~”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이때 뿐만이 아니라 8조 단체 사진을 찍어줬을 때도 똑같이 “언니 찍어줘서 고마워~”라고 답해줬다. 사진을 찍어줬을 뿐인데 다정한 말투로 고마움을 표현해주니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이 두가지 경험 덕분에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주는지 느끼게 되었다. 이때를 떠올리면서 지금은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직접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가운 얼굴들
 생각지도 못하게 이번 국토대장정 6일 동안 3명의 지인을 만나게 됐다. 승리부대에서 총기, 망원경, 군장을 체험하고 있을 때였다. 단장님께서 박혜인 씨~ 하고 부르길래 영문을 모른 채 달려갔는데, 앞에 계신 분이 12기 참가자라고 소개해 주시는 것이다. 그 당시, 모든 대원들과 친했던 건 아니어서 우준님을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하지 못했다. 12기 책자를 보니 조금씩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점차 유대감이 생겼고, 헤어질 때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돌아가는 버스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때 친하게 지냈던 대원의 학교 선배였다. 그때는 영락없는 20대 초반 대학생 같았는데 다시 보니 우직한 군인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내가 단번에 기억을 못했던 거 같다. 군사경찰 완장을 찬 늠름한 군인 우준님을 보고 우리나라 군인들에 대한 신뢰와 감사한 마음이 생겨났다.
 
 3일차 때는 12기 스탭이었던 상철님과 연락이 닿았다. 13기 일정표를 보고는 본인이 근무하는 부대와 가깝다며 인사하러 온다고 했다. 사실 난 상철님과 친하진 않았다. 인스타그램으로 근황을 알고 지내고, 내가 상철님이 롤모델이라고 말한 것을 계기로 몇 번 연락을 주고 받은 게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근 후 음료를 사들고 찾아와 준게 너무 반갑고 힘나고 감사했고, 좋은 말까지 해주셔서 유익했다. 12기 소감문에도 상철님을 존경하는 글을 길게 썼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소감문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걸 보면 여전히 내 롤모델인 건 확실한 것 같다.

 

 ▲  2023 '제13기 향군 대학생 국토대장정'ⓒkonas.net


 이렇게 반가운 얼굴들과의 만남은 끝인 줄 알았다. 해군에서 장교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로부터 연락이 오기 전까진. 마지막 일정은 해군 2함대였는데, 출입증을 배부하러 한 군인이 버스에 올라탔다. 마지막으로 본 군인이었기에 국토대장정 행사가 끝난 직후에도 얼굴이 흐릿하게 기억이 남아있었다. 해단식 이틀 후, 갑자기 해군장교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다. 너 혹시 2함대에서 출입증 나눠주던 군인 기억나느냐고!! 알고 보니 내 친구와 그 군인이 절친한 사이였던 것이다. 들어 보니 사실 그날은 비번이었는데 대학생들이 온다는 소식에 선뜻 근무를 서겠다고 했다고 한다. 쉬는 날까지 반납하면서 고생을 해줬다는 점이 감사했다.

 세 명 모두 나보다 단지 1살 더 많을 뿐인데, 듬직하고 전문적인 면모가 존경스러웠다. 짧은 시간 동안 3명의 지인을 만난 것처럼, 세상은 이렇게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 앞으로도 지속적인 인연으로 잘 가꾸어 나가야겠다.

 대학생으로서 마지막 대외활동을, 그것도 배움이 있는 활동, 내가 하고 싶었던 활동으로 끝마칠 수 있어서 영광이다. 1학년 때의 국토대장정 경험이 내 대학생활의 방향을 잡아줬던 것처럼, 이번 경험은 이제 사회인으로서 가야할 방향을 잡아줄 수 있길 바란다. 그 중심에 함께였던 재향군인회, 모든 대원들께 감사드리고 그들의 미래도 응원한다!(konas)

박혜인(건국대학교)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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