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날아온 '6자회담 합의' 소식에 정치권 등 각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민족적 쾌거"라며 환영을 나타냈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14일 당정간담회에서 "이번 6자회담 타결은 한반도가 세계평화를 주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참여정부와 대북 평화정책을 지지해준 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날 한나라당은 "환영을 표명한다"면서도 "제네바 합의와 같은 실패가 없도록 모든 당사국은 유의하여야 한다"고 일부 우려를 나타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책성명을 통해 "북한이 에너지만 지원받고 비핵화를 미루거나 약속을 뒤집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은 13일 논평을 내고 환영을 나타냈다. 평통사는 "이번 합의가 한반도 군사적 위기 상황 타개와 조미관계 정상화의 전기가 될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와 조미관계 정상화에 획기적 전기"라고 평했다.

 그럼에도 "합의가 모호하고 불명확한 부분이 있으며 모든 과정이 맞물려있고 상호적이어서 어느 한 곳에서든 어긋나면 전체 이행 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북의 핵 폐기와 미국의 한반도 핵우산 제거를 포함한 한반도의 실질적이고 온전한 비핵화와 수교를 포함한 조미관계의 완전 정상화로 나아갈 것"을 촉구하는 한편,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와 "진정한 동북아 안보협력"을 위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가 하면 '자유청년연대'는 "굴욕적 북핵 6자 회담 타결"이라며 "노무현정권 사죄"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14일 성명에서 "이번 6자 회담 타결로 북핵 문제 해결에 돌파구가 마련되었다고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북한 김정일 독재정권은 얻을건 다 얻고 결국 우리 정부와 국민들만 북한의 핵 위협과 막대한 대북 지원만 국민혈세로 부담하게 된 것"이라며 "최대 10여개로 추정되는 핵무기에 대한 폐기 조치가 합의문에 언급조차 되지 않은 점에 큰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6자회담 타결로 인해 북한 핵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국민과 여론을 호도하지 말고 앞으로 대북지원에 들어갈 국민 부담과 내용을 소상히 밝히고 국회와 국민적 동의부터 구해야 할 것"이며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한 핵실험과 굴욕적 6자회담 타결로 이어진 북핵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북핵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이번 합의를 "비핵화 향한 첫 걸음"이라며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나섰다. 이 신문은 특히 이번 합의와 관련해 북측이 취해야 할 '핵시설 불능화'와 '모든 핵프로그램의 신고'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어, 북측이 이번 회담에서 합의된 의무를 순순히 이행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낳게 하고있다.

 탈북자들은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이 체제수호의 근간인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민주화동맹·자유북한방송·탈북자동지회·통일을준비하는귀순자협의회·북한민주화운동본부·자유북한군인연합 등 탈북자 단체들은 12일 연합성명을 내고 "엉터리 6자회담에 끝없는 허탈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성명은 "핵 물질과 미사일은 깊숙한 어느 골짜기 지하에 숨겨놓고, 껍데기만 남은 영변 핵 기지를 폐기하는 거짓 전술로 국제사회를 우롱하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나서서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며 "94년 엉터리 제네바 합의로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고도 결국 핵을 만들어낸 전철을 그대로 답습한 이번 합의는 일방적인 김정일의 승리이며 국제사회가 김정일에 철저하게 농락당한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됐다"고 분개했다.

 이들은 "왜 국제사회와 한국정부가 김정일 정권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주민 수백만을 굶겨 죽이면서 만들어낸 핵과 미사일은 김정일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수단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김정일 정권이 민주화되는 길 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이와함께 "김정일 집단의 변화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의 경제적 지원은 인민에게는 독이 된다"며 "핵 물질과 미사일 하나 없애지 못하면서 막대한 경제적 지원이 시작되면 체제가 지속되면서 죽어야 할 수용소 정치범은 얼마이고, 굶어죽고 맞아죽어야 할 북한인민이 얼마나 될지 기약할 수 없다"고도 했다.

 계속해서 "불법행위를 하고도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향후 불법 집단의 핵 무장을 풀 수 있는 길도 막혀버리게 됐다"며 "이제라도 잘못된 합의를 파기하고 조건 없는 핵포기를 약속 받아야 한다"고 호소했다.(konas)

 김남균 코나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