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출금을 가지고 한국 국적을 속인 채 위장 망명하려 한 탈북자들과 이들에게 사기 대출을 알선한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탈북자들에게 불법 대출을 알선해 위장 망명을 도운 혐의(사기 및 사문서위조)로 탈북자 박 모(32)씨를 지명 수배했다고 5일 밝혔다.

 탈북자들에게 불법 대출을 알선한 이모(44)씨는 구속, 알선에 관여한 민 모(44·여)씨 등 5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망명 목적으로 해외에 나간 또 다른 탈북자 황모(31·여)씨 등 2명도 지명수배하고 망명에 실패해 귀국한 탈북자 최 모(26·여)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탈북자 박 씨는 이 씨 등과 함께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경기도 부천에 유령 회사를 차려놓고 탈북자들이 실제 회사에 근무하는 것처럼 재직증명서와 근로소득 원천징수 확인서 등을 꾸며 이들로 하여금 불법 대출 받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 등은 탈북자들이 1인당 470만~4천200만원의 대출금을 받아오면 이 가운데 30％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수수료 대신 탈북자 명의의 통장과 휴대전화를 받아 이를 보이스피싱 범죄 집단에 팔아넘기기도 했다.

 박 씨는 돈 욕심보다 해외에 나갈 목적으로 범행에 가담했으며 지난해 5월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고 최 씨 등 망명을 시도한 3명의 탈북자들은 수수료를 건네고 남은 대출금을 망명 자금으로 활용했다. 이들은 관광 비자를 발급받아 프랑스를 거쳐 벨기에로 갔으며 한국 국적을 숨기고 북한에서 바로 온 것처럼 행세하며 난민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벨기에가 최 씨를 제외한 탈북자 2명의 난민 신청을 받아들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 씨는 망명이 여의치 않자 한국에 돌아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북한 이탈주민은 한국에 건너오면 저절로 한국 국적을 취적하게 된다"며 "국적을 속이고 난민 신청을 했으므로 위장 망명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 대출금으로 위장 망명을 하려는 탈북자가 20명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망명에 실패하면 국제 미아가 될 수 있고 한국으로 돌아오더라도 형사 처분을 받거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터폴과 공조해 해외에서 위장 망명하려는 탈북자들의 소재 파악에 나섰고 유사한 범죄 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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