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군법무관 임용 등에 관한  법률(군법무관법)' 시행령을 제정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군법무관이 기대보다 적은 급여를 받게 된 데 대해 군법무관 전역자 1인당 1천200만원씩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25일 나왔다.

하지만 행정고시나 외무고시, 기술고시, 의사국가고시 출신 장병들을  제외하고 사법고시 합격자 장교에게만 금전적 혜택을 주도록 한 이번 판결은 국가고시 합격자들에 대한 형평성과 군 조직의 특수성을 외면한 판결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송영천 부장판사)는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  권모(28)씨 등 13명이 "군법무관 시절 판ㆍ검사보다 덜 받은 보수를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추가 임금을 지급할 필요는 없지만  군법무관법 시행령을 만들지 않은 잘못이 있으므로 원고 1인당 1천200만원씩 배상하라"고 이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군법무관법 6조는 군법무관의 급여액수나 지급 범위 등을 정하지 않은 채 대통령령에 위임했는데 군법무관법 시행령이 제정되지 않았으므로 원고들은 법률 규정에 근거해서는 국가에게 보수 지급을 요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군법무관법 시행령을 만들어야 할 피고 소속 공무원이 무려 37년 동안 시행령을 제정하지 않은 것은 정당한 이유 없이 행정입법의무를 게을리 한 것이고 이로 인해 원고들이 군법무관법에 따라 갖는 `상당한 수준의 보수 청구권'이 침해됐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의무복무 형태로 군법무관이 된 점과 군법무관은 법관 및 검사와는 근무 형태 차이가 있는 점, 군조직 특성상 군법무관을 다른 장교들에 비해 크게 우대하기는 곤란한 점 등을 감안, 배상액은 1인당 1천200만원 정도가 적절하다"고 밝혔다.

원고들은 2001년 1월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그해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군법무관으로 근무했으며 군복무 기간에 군법무관법이 아닌, 군인보수법에 따라 급여를 받자 "군법무관법 6조는 군법무관 보수에 대해 `법관 및 검사의 예에 준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있으므로 임금을 더 받아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이와 관련,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2월 이모씨 등이 군법무관법 시행령이 제정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국가를 상대로 낸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헌법소원에서 "군법무관을 판ㆍ검사와 같게 취급토록 한 군법무관법이 비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7대 1 의견으로 "시행령을 만들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에 대한 현역 군인과 일반인들의 의견은 달랐다. 현역으로 복무하고있는 육군의 한 장교는 "형평성 차원에서 옳지 않다.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군법무관으로 근무한다해서 다른 것은 없다. 다같이 군복을 입고 근무하는 동일한 군인일 뿐이다"면서 "의사고시에 합격한 군의관도, 기술고시에 합격하고 근무하는 공병장교도 같은 군인인데, 그렇다면 그들도 이에 준하는 예우를 받아야 할 것 아니냐"며 비난했다.

이 장교는 판결을 내린 법원 또한 동일 업종끼리 자기 식구 봐주기식 판결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예비역 장군은 "내가 지휘관 생활을 하면서도 군법무관법이란 게 있었는지도 몰랐지만, 지휘관의 입장에서는 다같은 부하들이기 때문에 계급에 따라 우대를 해야지 어느 특정병과 만을 특별히 우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아들을 육군소위로 군에 보낸 한 예비역 장교는 "나도 소원을 제기해야겠다" 면서 "내 아들은 입대 전 교육공무원으로서 5급에 맞는 봉급을 받았는데, 군대에서는 7급에 준하는 봉급을 받고있다"며 "어떻게 5급에서 7급의 하향식 급여를 받을 수 있느냐, 경찰도 동일한 체계의 봉급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유독 군대에서만 다르다"고 의견을 내세웠다.

또 군에서 10여년간 군의관으로 복무하다 제대한 한 의사는 "대학 4년간 공부하고 사법시험이나 군 법무관 시험에 합격한 장교들에게만 특혜를 준다면 우리 같이 6~8년을 공부해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고 군의관이 된 장교들이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군법무관법 자체가 법조인만을 우대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잘못된 법인 만큼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은 "군대가서 군복을 입은 군인이면 당연히 군 보수체계에 따른 봉급을 받아야지 군법무관이라고 해서 별도의 봉급을 받는다면 여타의 장교와 차별화로 이질감을 가질 수밖에 없어 군의 단결에도 위해가 될것"이라며 이번 판결에 대한 형평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군법무관은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입대하면 중위 계급으로 임관, 초봉(기본급 기준)이 79만9천300원으로 기술고시나 행정고시 합격자가 이등병으로 입대해 받는 초임 3만3천300원보다 무려 24배나 많다.

어쟀건 이번 법원의 판결로 당분간 군을 비롯한 사회 내에서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크게일 것으로 보여진다.(kon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