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2024년 북한 위협과 한국의 대응
북한의 대남노선 대전환에 대한 분석과 함의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26~3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결과 발표를 통해 대남 노선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주요 내용을 정리하여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남북관계 인식의 전환이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이 아니라, 전쟁 중인 적대적 국가’로 재정의 했다. 북은 지난해부터 ‘남조선’이라는 지칭 대신에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제3국 국가 대 국가로 인식하는 움직임을 보여 왔는데, 이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남과 북은 1991년 12월 13일 체결된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에 의해 관계를 규정해 왔다. 즉 “쌍방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로 인식되었다. 이것은 남북관계 전반을 규정하는 언명으로 정립되어 30년 이상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남북경협은 국가 간 거래가 아니므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으며, 상호 방문 시에도 비자나 여권을 발급하지 않고 별도의 ‘방문증’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발표를 통해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서 남과 북을,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가 아닌,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정의함으로써 분단을 고착화했다.
둘째, 통일에 대한 전략 변화다. 김정은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 통일노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서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고 해 지금까지의 통일전략에 변환을 시사했다.
북한의 통일전략은 1960년대부터 ‘연방제 통일방안’을 주장해 왔고, 이를 1980년 10월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으로 공식화했다. 이후 북한은 대내외의 환경과 조건을 고려해 우선적으로 체제 유지를 전제로 한 단계적 통일론을 강조했다. 1990년대는 ‘1민족 1국가 2제도 2정부 연방제’를, 2000년대에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공식화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발표를 통해 한국과 더 이상 통일에 대한 논의나 합의를 유지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셋째, 대남·대미 위협의 강화다. 북한은 “강 대 강, 정면승부의 대미·대적투쟁 원칙을 일관하게 견지하고 고압적이고 공세적인 초강경 정책을 실시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어서 “미국과 남조선 것들이 만약 끝끝내 우리와의 군사적 대결을 기도하려 든다면 우리의 핵전쟁 억제력은 주저 없이 중대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며 ‘핵 전면전을 불사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줄곧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며, 지난해 말 북한의 군사위성발사에 9·19남북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 등 비례적이고 원칙적인 대응을 해왔다. 그리고 동맹인 미국과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 전략자산인 전략핵잠수함(SSBN)과 전략폭격기(B-52H 및 B-1B)의 한반도 전개 등을 긴밀히 했다. 뿐만 아니라, 한·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3자 훈련을 정례화 하는 등 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해 왔다. 북한의 입장은 대북제재가 극심한 상황에서 국제적 고립을 강화하고 유일한 출구인 핵 무력의 실전화를 무력화하는 조치에 대한 강한 반발로 해석된다.
넷째, 북한 통일전선전술의 변화이다. 김정은은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고 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대남 핵공격 가능성을 내비치기는 했지만, 김정은이 직접 ‘영토완정(領土完整)’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은 공동원수인 주적 타도를 위한 노동계급의 공산당과 모든 정치세력의 정치적 연합을 말한다. 북한은 초기부터 정권의 정당성과 더불어 제일먼저 추진해야 할 과업으로 통일전선전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대남사업의 기본전술로 사용해 왔다. 이에 따라 북한은 남한 혁명인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혁명’을 위해 미제를 축출하고 남한 정권을 타도하는 데, 모든 단체나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해 더 이상 김일성·김정일의 통일전선전술이 먹히지 않게 되었다. 이에 김정은은 핵 무력의 우위를 기반으로 남한의 전 영토를 평정하여 적화통일을 이루겠다는 통일전선전술의 변화를 천명한 것이다.
2024년 한국의 위협 인식과 대응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중부전선의 최전방 육군 5사단을 방문해 “도발을 당하면 즉각 보복 대응하고 나중에 보고하라. 적의 도발 의지를 즉각 현장에서 단호하게 분쇄하라”고 주문했다. 한편 1월 1일의 신년사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상대의 선의에 의존하는 굴종적인 평화가 아닌, 힘에 의한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확고히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는 이번 북한의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 발표에 대해 “권력세습과 체제 유지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독재국가의 속성을 일관되게 보여 준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북한이 우리에 대해 핵사용을 기도한다면 한·미동맹의 확장억제력과 3축 체계를 활용해 압도적으로 응징할 것이며, 김정은 정권은 종말을 맞이할 것”임을 강조했다.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강한 국방력에 바탕을 둔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해 가자고 했다. 신장관은 1월 1일 서부전선의 해병 2사단 대비태세 점검에서 “적이 도발하면 ‘즉·강·끝’(즉시, 강력히, 끝까지) 원칙으로 처절하게 응징해 초토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31일 주요 군 지휘관을 소집해 “무력 충돌을 기정사실화하라”고 지시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우리 혁명이 줄기차게 전진할수록 이를 막아보려는 미제와 대한민국 족속들의 단말마적인 책동은 더욱더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만약 놈들이 반공화국 군사적 대결을 선택한다면 순간의 주저도 없이 초강력적인 모든 수단과 잠재력을 총동원해 섬멸적 타격을 가하고 철저히 괴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2024년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여째 지속되고 있다. 중동의 이스라엘-하마스의 전쟁도 엄청난 피해를 발생시키며 끝도 없이 치닫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하고, 하마스에도 무기와 전술을 전수하였음이 드러나 직·간접적으로 전쟁에 관여하고 있다.
더구나 올해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선거들을 앞두고 있는데, 인구의 절반인 40억 명이 사는 66개국에서 투표가 이뤄진다. 이 중에서 미-중 양안 대리전 양상이 될 수 있는 1월의 대만 총통선거,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3월 대선, 미국우선주의로의 기로가 될 11월의 미국 대선 등은 한국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적으로 한국도 4월에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북한은 이 같은 국내외 정치적 소용돌이가 될 선거를 틈타 핵 무력을 실전화하고 위협함으로써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고자 책동할 것이다. 이에 한국은 내부적으로 국민적 안보의식을 공고히 하고 기민한 외교안보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국제적으로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확장억제를 견고히 하고, 지속가능한 한·미·일 3각 공조를 공고히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2024년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통일을 앞당기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konas)
박동순 : 한성대교수,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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