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각종 분쟁과 대형 참사로 격동의 한 해를 보낸 세계 각국에선 한목소리로 2025년에는 평화와 안전을 되찾길 희망했다. 하지만 포성이 계속되고 있는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선 불안한 새해를 맞았다. 다행하게도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1월 15일 467일 만에 휴전을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4년째를 앞두고 우크라이나를 끝까지 지원해야 한다는 유럽 내 여론이 크게 낮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중심으로 휴전론이 제기되어, 우크라이나로서는 유럽의 지원 명분까지 약화하는 이중의 압박이 커지는 모양새다. 양국 모두 전쟁을 끝내야 하겠지만 탈출구가 쉽지 않아 보인다.
러-우전쟁은 결국 유럽안보에 대한 미-러간 전략구상 차이에서 시작되었다. 미국과 러시아의 구상이 달랐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럽안보에 대한 미래를 NATO의 확대로 보았다. 러시아는 유럽안보에 대한 미래를 미-러의 동등한 파트너십으로 보고, NATO의 확대는 자신들의 안보이익을 침해한다고 보았다.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통해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러시아는 특별군사작전이 단기에 종료될 것으로 판단했으나 장기전으로 치달으면서 급기야 북한군의 파병까지 지원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등장은 젤렌스키와 푸틴 모두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안겨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우크라이나의 패배는 중국을 포함한 반미연대에게 미국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것이기 때문이고, 러시아의 패배는 푸틴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경우이든 새로운 국제질서를 위한 지정학적 불씨는 꺼지지 않고 또 다른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전쟁은 비록 가혹한 교사일지라도 교훈적이며,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 치른 희생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미래를 위한 더 큰 지식과 지혜"라며 1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부터 ① 지도자들이 잘못 계산하는 것은 매우 쉽다. ② 국가들은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단결한다. ③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④ 전쟁은 극단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타협이 더 어렵게 만든다. ⑤ 억제 전략은 전쟁의 위험을 감소시켰을 것이라는 5가지 교훈을 소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3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분석해 시사점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6.25전쟁과 닮은꼴이다.
푸틴의 러시아계 주민들이 봉기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김일성도 그랬다. 푸틴과 서방은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라고 했다. 6.25전쟁도 한 달이면 한반도를 석권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끝나지 않은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병력만 파병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대리·국제전이다. 개전 당시 5배 이상 러-우와 남-북 군사력의 차이가 대비된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 정국혼란과 정권의 부정부패 또한 우리의 역사와 닮아있다. 최근 주한 미국 대사가 계엄 사태로 한국 총리, 외교부 장관, 여당 대표 등을 만나 극심한 정국 혼란에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만약 북한이 도발하면 누구와 대화하면 되느냐”면서 현재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진 한국군 통수권 문제를 꺼냈다고 한다. “나라가 나라가 아님”에도 망하지 않은 이유는 하늘의 도움이라는 류성룡(柳成龍)의 문장이 생각난다. 참전하지 않았지만 닮은꼴의 현대 전쟁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하고 고민해야 한다. 고민하지 않고 배울 수 있는 건 없다.
② 지정학이 살아나고 있다.
인류는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지나치며 이성과 논리가 통하는 국제사회를 꿈꿨다. 일견 그렇게 되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경문제가 국제사회의 모든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념도 조약도 지정학 앞에선 한낱 허상에 불과했다. 우크라이나는 축복받은 자연에 저주받은 역사를 가진 땅이다.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어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독일·오스트리아·폴란드에 의존했다가 이들의 패배와 배신으로 소련에 흡수되는 비운을 맞았다. 역사적으로 자주국방 대신 외세 의존을 지속해왔다는 점이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도 외세의 힘을 빌려 싸워온 고약한 버릇의 연장선이다. 서방의 막대한 군비 지원으로 전쟁은 만 3년을 향해 가고 있지만 결말을 알 수 없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형국이다. 평화는 협정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힘이 지켜준다. 지정학의 관점에서 세계의 잠재된 화약고는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한반도, 우크라이나, 대만, 발칸반도 말고도 수많은 국경지대에 지정학의 폭탄이 장전돼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과 반대 세력 충돌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다. 전쟁의 도화선은 오로지 자기 국익만을 위해 불붙고 있다. 그 중심에 한반도가 자리잡고 있다.
③ 북한의 러시아 지원과 파병이 주는 의미를 새겨야 한다.
북한의 러시아를 돕기 위한 우크라이나전 파병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를 넘어 전 세계 안보 환경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다. 우크라이나전 자체에 미칠 영향을 넘어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대가로 받을 첨단 군사기술에 대한 우려가 컸고, 북핵 문제 해결에 더는 러시아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북러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하며 밀착을 가속했다. 특히 '어느 한 나라가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있어 양국이 동맹관계를 복원했다는 우려가 나왔다. 서쪽에서의 NATO의 확대만큼 동쪽에서의 위협을 북러 군사동맹으로 대처한 것이다.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이 개입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북한군의 현대전에 대한 경험은 우리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월남전에 참전했던 당시 한국군은 일대 혁신이었고 변혁이었다. 단순히 총알받이일까? 우리군은 드론전투를 교육받고 연습하는지 묻고 싶다.
④ 민방위 관점에서 배우고 대비해야 한다.
러-우전쟁 1000일 양측 사상자가 100만명이 넘었다. 특히 여성과 아이들의 피해가 크다. 러시아는 계속해서 대규모 공격을 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며 계속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전시엔 군인보다 민간인 희생이 더 크다. 따라서 민방위의 역할과 중요성이 증대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민방위 제도 발전방향을 제시해본다. 첫째, 재난관리 속성상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위해 민방위 및 재난관리 관련 법률들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 둘째, 포괄적인 안보개념의 민방위 및 재난관리 관련 기구의 일원화 및 전문화가 필요하다. 셋째, 민방위가 북한위협, 테러, 각종재난에 대비하는 조직으로 위상이 재설정되어야 한다. 넷째, 민방위 교육은 민방위대원 중심의 교육에서 대국민교육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⑤ 새로운 전쟁방식에 대비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매우 특이한 모습과 성격을 띠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여론을 이용한 선전전과 드론전투이다. 이외에도 사이버·정보전 등 하이브리드전, 심리전, 로봇전, 포병화력전투, 정밀타격전, 가성비전으로 특징할 수 있는 새로운 전쟁 방식과 미래전 양상을 목도하고 있다. 수년 내에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침공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러시아의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전면적으로 침공하는 세계대전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고, 상상할 수 없는 ‘한반도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
⑥ 낮아지는 핵사용 문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지난 2022년 9월 핵무력을 법제화한 북한은 핵무기사용원칙을 만들었다. 기존의 러시아 핵 교리를 본 따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본원칙은 비핵국가들이 핵무기 보유국과 야합하여 공격에 가담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024년 개정된 러시아의 핵 교리는 어느 국가보다도 주관적이고 완화된 북한의 핵 교리를 따라간 것으로 양국 모두 자신들의 적대국을 지원하는 모든 국가로 위협의 대상을 확대하고 군사적 보복의 범위를 넓히려는 의도가 담겨있고 전술핵무기 개발 및 사용을 열어놓고 있어 그만큼 핵무기 사용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푸틴-김정은은 닮은꼴 핵 교리와 금기를 깬 핵 보복 발언으로 위협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북한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사라졌다. 이제는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는 이유다. 동북아에 핵 균형은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이 북한 위협을 억제하는 최선의 방법이며, 미국의 이익 실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핵 방패를 포기한 우크라이나는 전면전을 겪고 있지만, 핵무기를 유지한 강대국들은 안전하다"는 불만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국제질서는 혼란과 불확실성 속에서 미·중 간의 패권 경쟁과 자국 중심의 이익과 대립이 심화됨으로써 다시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국제안보 환경 변화속에서 지정학의 부활, 계속되는 분쟁과 전쟁, 북·러 관계의 새로운 밀착, 북핵문제, 동맹국 리더십의 변화 등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은 격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훈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평화는 그저 선물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전쟁에 대비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의 힘이 필요하다. 미래 지속가능한 한미동맹체제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일 공조와 한미동맹의 틀을 확장시켜 나가야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 보듯이 튼튼한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스스로의 강한 힘과 동맹이라는 버팀목이 필요하다. 지정학이 불타오르고 핵을 가진 북한의 체제 불안과 주변 강대국의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한반도는 냉전 이후 ‘가장 위험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에게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미리 냉정하게 따져보고 대비해야 한다. 대비하지 않으면 한반도의 비극은 언제든 또다시 시작될 수 있다. (konas)
박춘우 :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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