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특별5부(조용호 부장판사)는 19일, ‘무하마드 깐수’로 잘알려진 정수일(사진) 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보안관찰기간 갱신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남파간첩 출신인 정 씨는 지난 90년대 국적세탁을 통해 필리핀인으로 위장, 간첩활동을 해오다 적발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바 있다. 그는 2003년 특별사면과 복권으로 잔형이 면제됐으나, 법무부는 "배우자와 자녀들이 현재 북한에서 거주하는 등 해당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며 몇 차례 기간 갱신결정을 했고, 이에 정 씨는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없으므로 관찰 기간 연장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관찰처분은 처분대상자가 해당범죄를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이유가 있어 재범의 방지를 위한 관찰이 필요한 경우이어야 하나, 원고가 해당 범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할 사정이 없다"며, 원고의 소송 취지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가 과거 고도의 반국가활동을 함으로써 재범의 위험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있지만, 한편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의 생활체험을 통해 전향의사를 명백히 하면서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출소 후 제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간첩활동을 하던 기간에 국내에서 교수로 일했던 정 씨는, 출소후 ‘이슬람문명’ 등의 저서를 내는 등 활발한 학술활동을 벌여 왔다.

 그는 ‘이슬람문명’과 관련한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동사태의 발단은 서방세력의 배후 조정 하에 이스라엘이 아랍 세계의 심장부에 들어선 데서 비롯된 것”이며 “이라크 침공과 포로 학대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등,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 비판적 시각을 나타내기도 했다.(konas)

 김남균 코나스 객원기자(http://blog.chosun.com/hil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