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보수의 적자'인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보수진영을 비난한 것으로 알려져, 그렇지 않아도 자유선진당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해온 이들 진영의 반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당은 '보수의 적자'를 자임하면서도, 정권교체 이후 제대로 된 '정체성'은 보여주지 못하고 '反이명박'에만 매진한다는 지적을 보수진영으로부터 받아 왔다. 이같은 선진당의 '정체성'에 대한 불만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불분명한 정체성'을 문제삼아, 대신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던 이른바 '정통 우파' 진영에서 더 강하게 제기되는 모습이다.

선진당은 실제로 제주4·3사건을 '좌익 폭동'으로 규정한 보수단체들을 "극우" 등으로 맹비난(제주도당 논평)하는가 하면, 이번 광우병 사태와 관련해 민주노동당 등 소위 진보진영과 뜻을 같이하는 등 보수진영의 일반적 시각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회창 총재가 13일 당선자(18대 총선) 워크숍에서 "쇠고기 문제를 비판한다고 반미주의에 편승한 것처럼 공격한다면 보수주의의 병폐를 드러낸 것"이라며 "그 점에서 보수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

선진당은 그동안 대변인브리핑을 통해 쇠고기 문제와 관련한 보수진영의 비판을 일축해 왔다. 아울러 보수진영으로부터 '선동방송'으로 규정된 광우병 관련보도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李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이날 李총재는 "보수정권이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이 대통령 개인이나 한나라당이라는 정당의 실패로 보지 않고, 국민은 보수세력도 별 수 없구나 하고 진보좌파 쪽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며 "보수세력도 자성하고 정권교체가 최고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Konas.net)

김남균 코나스 객원기자(http://blog.chosun.com/hil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