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시청 광장은 한창 단장 중에 있다. 아니 단장(丹粧)이라는 표현보다는 무지한 인간들의 횡포로 인한 몸살 뒤의 치유라고 해야 옳을 듯 싶다. 8일 오후에 찾은 서울특별시 중구 태평로 1가 서울시청 앞에 있는 타원형 잔디광장은 한창 땀을 흘리고 있었다.

연일 계속된 불법촛불시위로 타원형 잔디광장은 온통 긁히고 패인데다 수천, 수만 관중이 켠 촛불 촛농에 데이고 의자에 찢기고 밟혀 상처투성이로 오래 전부터 만신창이가 되었다. 마치 60, 70년대 가난한 시절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로 누렇게 뜬 아이들의 머리에 부스럼이 번져 변변히 치료조차 하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군데군데 머리가 빠져 보기 흉한 모습처럼 잔디광장 또한 그런 형국과 마찬가지였다.

▲ 거둬낸 자리에 새롭게 단장될 잔디들이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konas.net

서울광장은 타원형 잔디광장으로 1천만 수도 서울의 상징이자 서울시민의 문화적 소양과 정서가 농축되어있는 한마당 잔치가 열리는 문화마당이기도 하다.

서울시가 기존의 교통광장을 교차점광장·미관광장·시민광장 중심의 대 광장으로 이용하기 위해 40여 년 간 서울특별시청 앞에 놓여 있던 분수대를 헐고 주변을 다듬어 2004년 5월 1일 개장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총면적 3,995평, 잔디광장 면적은 1,904평, 돌로 포장된 잔디광장 둘레 면적은 2,098평에 이르는 서울의 심장부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한낮의 콘서트'를 비롯해, 덕수궁 왕궁 수문장 교대행렬 퍼레이드, 고등학교 고적대 및 밴드부들의 광장 퍼레이드, 문화·역사·교통 등 어린이 체험광장, 전통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청소년 이동광장, 광장예술축제와 서울 드럼페스티벌 및 서울공연예술제 등 각종 다양한 문화 행사와 축제가 펼쳐지는 청계광장과 더불어 시민의 문화장터인 셈이다.

그런 시청광장이 지금 '국민 건강권'이라는 미명하에 촉발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광우병 괴담으로 온 나라가 불타오를 정도로 밤이면 밤마다 촛불을 든 시위대에 점령당해 불야성을 이루었고, 급기야 '이명박 정부타도'를 외치는 반정부 투쟁의 산실로 변한지 오래였다. 그리고 시민의 혈세로 조성되고 가꾸어진 잔디는 방향타를 놓친 채 표류하는 이 정부의 음영처럼 그렇게 함몰돼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8일 오후 다시 찾은 서울광장의 잔디밭은 새롭게 변모되고 있었다. 흉측스런 모습으로 일그러졌던 잔디들은 어느새 다 걷혀지고 파랗게 자라난 새로운 잔디들이 가지런히 놓이면서 기술자와 인부들의 손놀림에 옛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 "나 잔디입니다" ⓒkonas.net

잔디들은 말하고 있었다. "나 잔디입니다. 제발 좀 쉬게 해주세요". 이제는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힘들다는 표현을 내 뱉고 있는 것이다. 어찌 안 그럴 것인가!
이제 더 이상 서울광장이 불법과 탈법이 난무하고 깽판이 지축을 흔드는 난장판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대한민국 수도 서울 심장부가 온화한 미소를 지닌 얼굴 뒤 야수의 심장으로 무장한 친북 반미주의자들의 놀이터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침묵하는 절대 다수 시민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고 응어리 지게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절대 다수 문화 시민에게 문화의 가치를 되돌려주는 문화의 장, 문화광장인 서울광장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더 이상 "제발"을 외치며 신음을 토로하는 잔디광장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잔디만의 외침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소망이자 바람이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광장 담당 시 관계자의 말처럼 "제발 더 이상 서울광장이 특정 단체나 인물들에 의해 점유케 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모든 시민의 휴식처이자 문화 마당이 되게 우리 서울시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셨으면 합니다". 그 공무원의 말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게 되기를 갈구한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