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판결에 대한 대응조치로 반도체 소재의 수출 규제와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을 밝혔고, 청와대가 이에 강경하게 맞서며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2일 오후 종로구 제일빌딩에서 '한일관계 악화,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한일 갈등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인환 변호사(前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지원위원회 위원장)는 ‘일제 강제동원 재판과 한일갈등 문제의 해결방안’ 발제에서 지금 문제시 되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 문제는 정치적, 외교적 해결 방안으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해 절차를 시도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과 같이 양국의 강경책이 계속된다면 경제적, 외교적 마찰은 더욱 심화되며 군사적 동맹도 파기될 우려가 있고, 한일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한국은 친중국, 친북한 경향의 강화, 일본은 더욱 우경화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양국은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해결책 모색에 노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실제로 국가 상호간의 주권 문제로 인해 전쟁이나 식민지 지배와 관련하여 국가 상호간 강제동원의 불법성을 상대방 국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제사법재판소 등 국제적, 중립적 재판기구에 의한 판단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그동안 우리 정부는 관련 법령에 의해 강제동원 피해자 개인에게 정부의 법적 책임을 전제로 배상하거나 보상하는 것이 아닌, 청구권협정과 관련하여 일본을 대신해 피해자를 금전적으로 위로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해 왔는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개별 조사 및 피해실태 전반에 대한 진상규명, 피해자 지원과 함께 필요한 정보 또는 편의 제공 등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도 지속적인 대응을 위해 강제동원 관련 상설 정부기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정부가 주도하는 2차 대전 당시 유대인학살 피해조사 및 추모를 위한 상 설 기관으로 1953년부터 피해자 약 600만 명을 조사하고, 약 300만 명에 대한 DB 화를 완료한 야드바셈(Yad Vasem)을 예로 들었다. 

 토론자로 나선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외교관계에서 강경대응은 정당성을 확보했거나, 국제적 지지와 협조를 받거나 상응하는 국력을 갖고 있을 때 가능하다”며 친일, 반일문제로 일본과 외교관계를 풀어 나가려는 것은 해결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를 반대하고 철회를 요청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과 같이 반일감정만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백색국가리스트 조정 최종 각의결정’을 연기하도록 일본에 제안하고 양국 간 공식 논의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일 무역분쟁은 미국-프랑스·독일의 치킨전쟁, 미일관세전쟁 등 과거의 수많은 분쟁에서 보았듯 양국 모두 손해가 되고 3자가 반사이익을 얻는 분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한일 무역분쟁에서 중국이 최대수혜국이 되어 전기·전자산업의 중국 시장지배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양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 같은 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분쟁이 장기화되어 금융분쟁으로 확대되면 외환위기의 가능성도 고조되므로 그 심각성이 크며, 이번 분쟁을 통해 국산화의 필요성이 더욱 제기되었는데 국산화의 출발점은 국내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개혁과 반기업·친노조 정책 수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