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美 트럼프 2.0시대 출범과 한반도의 안보정세 전망
도널드 트럼프는 영화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1984년 <The Terminator>에서 “I’ll be back(돌아오겠다)”이라고 장담했던 대사와 같이 백악관으로 귀환하는 데 성공했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기치로 한 ‘미국 우선주의·팽창주의’는 더 강력해졌다. 상·하원을 장악한 美 공화당과 그의 지시에 충실한 행정부 인사들은 ‘트럼프 스톰(Storm)’의 든든한 후견인이다. 특히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안보·경제 지원은 기대하지 말라는 강력한 압박에 동맹·우방국, 적국(敵國) 모두가 초긴장 태세로 접어들었다. 더욱이 동맹·경쟁국을 가리지 않고 부과하는 관세 폭풍은 국제사회를 각국도생(各國圖生)에 빠지게 했다.
그는 취임하기 이전부터 “~경제·안보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에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내가 취임하기 전에 전쟁을 끝내라”고 압박했고, 결국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취임하기 하루 전 휴전에 전격 합의하였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는 조롱과 25%의 고관세를 위협받으며, 사임을 택했다. EU와 멕시코는 25년간 마무리되지 않던 자유무역협정(FTA)을 전면 개편하기로 하였다. 러시아는 이란과의 포괄적인 동반자 조약으로 전(全)방위 압박에 대비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6년 만에 공산당-자민당 간 교류 협의회를 개최했고, 오는 3월 일본에서 만나 경제 제재 완화를 협의하기로 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거래외교’는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경제 분야에 관한 통 큰 양보 △센카쿠 열도 방위공약 확인 등의 국익(安保) 강화 △중국에 대한 공동 견제를 확인받는 등 새로운 관계를 확립하는 데 성공하였다.
트럼프는 최근에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하며, 개인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 NSC 대변인과 워싱턴 정상회담 공동선언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추구”를 강조하였다. 물론 ‘핵무기 국가(Nuclear Weapon State,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또는 ‘사실상의 핵보유국(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과는 의미가 다르다. 그러나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여지는 그만큼 넓어졌다고 봄이 타당하다. 올해는 김정은이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밝혔던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계획’이 마무리되는 해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공표(公表)되진 않았지만, ‘비핵화→핵 동결·군축’으로 전환하지 않을지 염려스러운 대목이다.
트럼프 2.0은 ‘기술 혁신과 경제 대국, 패권 경쟁’의 두 가지 전략 기조를 명확히 한다. 첫째, 관세·보호무역을 통한 경제력 재건이다. 요직에 기용한 벤처캐피털 대표·혁신적 인물, 테크-리더들의 기정학(tech-politics)에 기반해 대중(對中) 견제와 인공지능(AI) 혁명을 압도하려는 의지가 강력하다. 둘째, 외교·군사·경제력을 총동원하여 중국이 패권에 도전할 능력 자체를 궤멸시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예산을 확보하며, 군사력 재건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맹·우방국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중단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트럼프 2.0 인사들은 “한국은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해결이 어려우면,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 지명자의 ‘한미동맹 재조정론·주한미군 인질론’과도 겹쳐진다. 이들에게 한국은 야누스(Janus)적 면모의 국가다. 하나는 인-태 전략에 중요한 미·일·한 안보 협력체제의 일원이자 세계 최대의 군사·전략적 요충지(미군기지)를 보유한 안보동맹국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對中) 공급망 통제에 필요하면서도 2024년 대미(對美) 무역 흑자(상품 기준)가 660억 달러나 되기에 압박이 필요한 국가다. 내부엔 강력한 친중·반미 세력이 있고, 대중(對中) 정책은 모호하다. 인-태 전략에 적극적이지 않고, 대만·남중국해 이슈엔 무관심해 보인다.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의구심이 존재하고, 대통령의 탄핵 사유 중 북·중·러 적대시 정책이 공개되면서 행정부·의회·언론 등의 시각도 달라졌다. 결국, △북한의 핵무기 보유 인정-핵 동결·핵 군축협상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유예(moratorium)케 하여 본토의 안보위기를 해소 △주한미군 철수·임무 전환 등을 빌미로 분담금 증액을 압박 △‘미국판 아이언돔의 한국 배치’를 수용 및 비용 부담을 압박 △인-태 전략 동참·한·미 연합훈련 수위 조정은 북-미 협상과 연계 △해군력 재건에 한국 조선업의 지원·협력을 강권(强勸)할 것이다. 이들의 국가전략 판단에서 일본-한국으로 이어지는 우선순위도 변동은 없을 것이다.
작금의 한국은 급변하는 안보정세에 기민하게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트럼프 2.0이 출범하기 이전부터 진행돼야 했지만, 시기를 놓쳤다. 그러함에도 네 가지는 전략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첫째, 미국의 ‘기정(技政) 동맹’과 안보·경제위기 해법은 연계돼야 한다. 둘째, 핵 잠재력을 보유할 방안을 치밀하게 마련해야 한다. 셋째, 인-태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 및 한·미·일 안보 협력체제를 강화하되, 독자적인 ‘한국형 3축 체계’는 조기에 완비돼야 한다. 넷째, 조선업·원전·AI·우주기술 분야에서 협력체제를 마련하되, 유럽·중동 에너지 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할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
김성진 : 향군 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안보교수(정치학박사), 경제포커스 국방전문기자, (사)대한민국ROTC통일정신문화원 통일정책연구실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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