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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칼럼] 휴전협정 72주년, 좌절된 반격을 넘어

Written by. 권영태   입력 : 2025-07-24 오전 9: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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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은 광복 80주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그리고 6·25 전쟁 발발 75주년을 맞는 해다. 굵직한 역사적 이정표에 가려, 휴전협정 72주년은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이 ‘휴전’이라는 이름으로 고착된 분단의 현실을 넘어, 새로운 전략적 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반격의 좌절’이라는 유산

1950년 북한의 기습적 불법 남침은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과 낙동강 방어선 사수를 계기로 반격의 국면을 맞았다. 대한민국은 압록강과 두만강에 이르기까지 북진하며 통일의 문턱에 다가섰다. 그러나 중공군의 개입과 미국의 제한전 전략은 반격을 멈춰 세웠다. 결국 대한민국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되고 전쟁은 멈췄다.

휴전은 불완전한 평화였고, 분단은 고착화되었다. 대한민국이 원했던 반격은 좌절되었다. 당시 대한민국은 이제 막 건국된 최빈국에 불과했고, 미국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사실상 G7에 준하는 국가로 성장했다. 이제 다시금 묻지 않을 수 없다. 1953년의 휴전이 과연 최선이었는가, 우리는 왜 그 반격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했는가.

반격이 좌절된 이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미국의 얼굴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제 더 이상 안정적인 자유주의 동맹의 리더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미국 우선주의, 자국 이익 중심주의가 자유세계의 연대를 해체할 가능성마저 예고한다.

일부 국내 여론은 이를 반미 정서로 확장시키고, 심지어 12.3 계엄에 미국이 개입했다는 음모론까지 퍼지고 있다. 70여 년 전과는 확고히 다른 위상을 가진 오늘 대한민국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미국이라는 동맹국의 실책을 직시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

일각에선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하고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일리 있는 평가다. 그러면서도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서 독자 핵 보유는 반대하고 비용 부담만을 압도적으로 늘릴 것을 요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5배 증액 요구 등 동맹을 거래관계로 접근했다. 이는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리더십과는 상반되는 방식이다. 과연 트럼프의 미국이 과거 미국의 위상과 동일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오늘 또 72년 전 휴전협정처럼 미국의 정책이 우리의 국익과 배치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때다. 당시 미국은 한반도보다 유럽의 안보 지형에 더 많은 전략적 무게를 두었고, 대한민국의 통일 가능성은 국제질서라는 이름 아래 유보되었다. 그로부터 7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다시 우리의 국익과는 상관없는 미국의 결정을 우려해야 한다. 

다시 반격을 시작할 때

북한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연대는 더욱더 노골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자유세계는 더 이상 이 도전에 능동적으로 맞서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원치 않는 휴전협정 체결로 인한 분단 고착화는 비극이었다. 수십 년에 걸친 북한의 지속적인 공세 앞에 안보를 지키기 위한 전국민적 노력은 엄청난 희생과 비용을 수반했다. 이제 70여 년 전 멈출 수밖에 없었던 반격을 다시 시작해야 할 때다.
 
당연히 오늘 우리가 해야 할 반격은 더 이상 전선을 넘어가는 군사적 행위가 아니다. 전쟁은 있어서도 안 되며 평화를 달성해야 하는 과제는 기본 전제다. 북한이 전면전을 도발하지 않는 이상 전쟁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오늘의 반격은 무력의 반격이 아니다. 가치의 반격이다. 자유와 인권과 민주주의를 전 한반도로 확산하는 것이다. 반격은 곧 전쟁이라는 도식은 낡은 관념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무력 충돌이 아니라, 가치의 반격이다. 

한반도를 넘어서는 가치의 반격

오늘의 반격은 가치의 확산이 핵심이다. 자유와 인권과 민주주의의 질서를 일차적으로 전 한반도에 확산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전 한반도의 자유화, 인권화, 민주화는 더 이상 종착지가 아니다. 시작점일 뿐이다.
 
전 한반도로의 가치 확산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강화하는 중견국 전략의 첫걸음이자, 인도태평양 시대의 한국형 가치 외교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오늘 우리의 반격은 북한의 수령전체주의를 넘어, 중국의 공산독재, 러시아의 불완전한 민주주의, 일본의 군국주의적 회귀에까지 맞서야 하는 세계사적 과제를 의미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전 한반도 영역에서 자유와 인권과 민주주주의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의 가치 선도국으로 도약하는 것은 어떤가? 한국형 민주주의 확산 모델을 구축해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소프트 파워 전략까지 펼 수도 있지 않겠는가? 미국이 오판하는 경우에는 호주, 인도, 캐나다 등과의 가치연대를 강화해서 대한민국의 가치적 이니셔티브를 증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72년 전, 휴전협정으로 우리는 반격을 멈춰야 했다. 휴전은 전쟁의 끝이 아니라 좌절의 시작이었다. 좌절된 반격은 당시에는 어쩌면 불가피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대한민국은 다시는 같은 이유로 같은 좌절을 반복할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우리의 국력에 걸맞은 자유와 인권과 민주주의의 확산을 주도하는 전략국가로서 가치의 반격을 설계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휴전협정 72주년을 맞아 생각해보는 전환적 외교안보전략의 중심축이자, 분단을 넘어선 대한민국의 다음 단계의 비전이다. (konas)
                                            
권영태 : 향군 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산업경제연구소 국방사업연구팀 책임연구원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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