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미-중 관세전쟁이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
현대 안보의 영역은 전통적인 군사 안보에서부터 비전통적인 안보 위협까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군사·경제·에너지·환경·사이버·보건·사회·정치·인권·기술·안보 등 다양한 안보 영역은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현대 안보는 종합적이고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미-중 관세전쟁은 2018년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불균형과 지적재산권 문제 등을 이유로 시작된 경제적 충돌로, 이는 단순히 경제적 차원을 넘어 글로벌 정치·안보 환경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2020년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당시 외환 보유고의 90% 이상을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통해 달성하고 있었다. 이에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강도질 당하는 돼지 저금통 신세와 다름없다”며 중국 중심 공급사슬에서의 탈피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2025년 3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이에 대응하여 핵심광물 수출통제, 미국 기업 제재, 미국산 농산물에 관세 보복 등을 하면서 미-중 통상전쟁이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2025년 현재, 중국의 보복 조치로 인해 미국은 농산물 등의 공급망 혼란을 겪고 있으며, 관세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 등의 경제적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 또한 다국적 기업들의 공급망 개편 등으로 인해 고용 관련 산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고, 미국의 반도체 및 기술 공급 규제로 대체 공급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첨단 산업 발전 추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미-중 간 제 국력 분야에서의 갈등관계 속에서 지정학적으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한국으로서는 안보적 위험을 최소화한 가운데 국력을 신장시켜 나가야 하는 전환기적 지점에 서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미-중의 관세전쟁이 한국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미-중의 관세전쟁이 단순히 경제적 관점에서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 것은 G-2시대에 있어서 세계안보질서가 점진적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제정치 질서를 바라보는 시각이 ‘투키디데스의 함정’, ‘세력전이 이론’ 등의 관점에서 재해석되면서, 관세전쟁의 촉발이 군사적 갈등을 넘어 국지전 또는 全 지구적 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는 트리거 요인으로 작동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의미있게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2년은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30여년 간 지속되어 오던 미국-중국 간 밀월관계가 막을 내리고 경쟁이 본격화된 시점이다. 2012년 저명한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은 연구를 통해 ‘전쟁의 원인은 2,500여 년 전 투키디데스의 결론과 같이 기존 지배 세력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신흥세력의 “자신감과 자부심에 찬 행동”들과 충돌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중 패권경쟁이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본격적으로 해석되기 시작한 것이다.
부상하는 신흥세력과 기존 지배세력 간 갈등과 전쟁을 다룬 영향력 있는 다수의 연구도 있다. 미 국제정치학자 올갠스키(A.F.K. Organski)는 산업혁명 이후 국가들 간의 국력 변동이 심한 동적체제를 분석하면서 세력전이 상황에서의 전쟁과 평화의 동인을 제시한 바 있다. ‘전쟁은 산업화 추진으로 국력을 키워 힘의 격차가 축소되고, 불만족하는 국가들의 지지를 확보하여 지배권 쟁취를 위한 도전을 하게 될 때 일어난다’고 주장하며, 평화는 ‘힘의 격차를 크게 유지하여 군사적 도전으로 현존 질서를 전복할 수 없을 때 유지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설파하였다.
이러한 이론적 관점을 바탕으로 미-중의 관세전쟁이 한국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수 있겠다. 미-중 관세전쟁은 한국의 외교적 선택지를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군사적으로 미국과의 안보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다층적·복합적 외교적 균형 유지가 요구되고 있다. 미-중 간의 갈등이 심화될 경우, 한국은 양국 사이에서 국력 제 분야에서의 균형추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연장선상에서 미-중 간 양자택일이라는 압박상황이 현실화 된다면 비대칭 동맹관계에서의 한-미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외교적 자주권의 훼손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 모두에게 주요 수출국으로, 양국 간의 무역전쟁은 한국의 수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며, 미국은 한국의 주요 안보 동맹국이다. 미-중 간의 관세 인상은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시키고, 한국의 주요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적 관점에서 중요한 요소는 미국이 핵심 이익으로 선정한 경제부분에 대해서는 생산-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완전한 생태계를 자국 내에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은 대미 무역흑자를 달성하고 있는 국가들에게 수용가능성을 넘어선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해당 국가의 생산시설을 미국 내로의 이전을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조산업을 부활시키고 실업률을 낮추는 한편,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패권을 공고히 하려 할 것이다. 더불어 미국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최첨단 분야의 기술적 패권에 대한 도전을 용인하지 않으며, 세계적 차원을 커버하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 중심의 질서를 확고히 하여 경제적 패권을 안보적 패권으로 연계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관세전쟁은 한국에게도 동일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관세정책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은 미국 내에 첨단산업기지를 건설하게 되고 이에 따라 첨단기술이 자동적으로 미국에 전수됨으로써 대미 안보협상에 대한 중요한 레버리지를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제안보적 불확실성은 국내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켜, 고용 불안정을 야기시키고 궁극적으로 사회적 불안을 초래하여 국가 안보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요인으로 작동될 수 있다.
특별히 주목할 지점은 한국은 값싼 원자재 및 중간재를 중국에서 수입하여 완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의 노동력을 활용해 중국을 한국의 수출 생산기지로 활용해 온 부분이다. 한국 제조업 해외투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30%에 달하며 이러한 한-중 간 상호경제의존성은 미국이 한국을 중국의 우회 수출국으로 지정하여 대미 수출입을 상당부분 제한시킬 수 있다.
미-중 관세전쟁은 경제적 차원을 넘어 군사적 긴장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중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안보 환경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안보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한국은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한반도의 안보정책을 유지해 왔지만, 중국의 군사적 부상은 한국의 안보 전략에 새로운 변수를 추가하고 있다. 미-중 관세전쟁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대만 문제 등으로 인해 미-중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한국은 군사적 참여 수준에 대해 심각한 딜레마에 함몰될 수 있다. 미-중 간의 관세갈등이 북한 문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의 주요 동맹국으로, 북한의 경제적 생존문제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의 원유 소요의 95% 수준을 중국이 공급하고 있다. 미-중 간의 갈등이 심화 될 경우,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통해 북한 문제를 대미 협상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반도의 안보 환경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도 요구된다.
미-중 관세전쟁은 단순히 경제적 충돌을 넘어 한국의 안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 미-중 간의 갈등이 심화 될 경우, 외교·경제·군사적 측면에서의 대응 전략을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 중요한 부분은 군사·안보적 관점에서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위기적 요소를 기회요인으로 재창출하는 것이다. 안보적 관점에서 정리한다면, 다층적·복합적 안보 문제는 한-미동맹을 기본 축으로 하여 역내 안보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되, 대미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기술적 레버리지를 계속 확보해 나가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현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konas)
최윤철 : 향군 안보전략연구원 편집위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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